[2017 캠프봉사 이야기#12] 1,555명의 잃어버린 빛을 밝히는 여정 > 현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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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이야기 | [2017 캠프봉사 이야기#12] 1,555명의 잃어버린 빛을 밝히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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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전케어 작성일17-12-20 10:33 조회2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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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포스코대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원석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업무가 대부분이던 때, 회사에서 우연히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Fergana) 지역에서 진행하는 비전아이캠프에 봉사인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잃어버린 빛을 되찾아 주는 일에 참여한다면 일상의 변화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팀장님의 권유로 고민 없이 바로 지원서를 제출해서 운 좋게 참가 기회를 얻었습니다.

페르가나를 가는 인천공항에서의 첫날. 이번 안질환 봉사활동(이하 ‘아이캠프’)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21개의 짐들이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짐들은 어둠 속에 있는 분들에게 빛을 선물할 의료장비와 약품들이었는데요. 전투적으로 봉사단원들과 함께 짐을 부친 후 7시간 만에 페르가나를 가는 중간 지점인 수도 타슈켄트(Tashkent)에 도착한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빈 예우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맞이해 준 현지 공무원은 공항 VIP실로 안내하여, 그곳에서 장비들과 의료물품을 받게 하는 편의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또 공항에서 나설 때는 국빈방문에나 볼 수 있는 경찰의 호위와 교통통제를 받으며, 단번에 타슈켄트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VIP실 이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우즈벡에서 아이캠프 회차가 거듭될수록 커지는 아이캠프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국빈 예우를 받은 만큼, 비전케어팀은 이튿날 아침에 서둘러 7대의 택시에 나누어 타고 페르가나로 이동했습니다. 산과 국경을 넘으며 장장 5시간을 이동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중간에 가스 충전과 국경 통과 심사, 화장실 한번 들른 것 외엔 쉼 없이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페르가나에 도착하자마자 우즈벡 면방법인에 잠시 들른 후,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곧바로 아이캠프가 예정되어 있는 페르가나 주립 안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병원에는 얼핏 보아도 7~8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료와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 분들의 간절함과 기대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정말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그 부담감은 절 긴장하게 했고, 여정의 피로도 잊게 만들었습니다. 버스에 내린 봉사단원들은 숨돌릴 틈 없이 사전에 배정받은 각자 위치로 이동하여 267차 우즈베키스탄 아이캠프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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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아이캠프는 우즈벡 현지 면방직원들 포함 총 40여명의 비전케어 팀원들이 크게 외래진료파트와 수술파트(백내장, 익상편)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외래진료파트(이하 ‘외래’)는 접수실, 검사실과 외래진료실로 나누어 인원이 배치되었고, 수술파트는 산동실, 수술실, 소독실 그리고 회복실로 나뉘었는데, 저는 회사의 황수연 사원과 함께 소독실에 배치되었습니다. 소독실의 임무는 수술 후 수술도구를 신속하고 청결하게 소독하는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수술 받지 못한 8명의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첫 소독의 시작, 올 때부터 걱정했던 대로 손이 내 마음 같지 않게 더뎠습니다. 하마터면 다음 수술에 맞춰 소독을 끝내지 못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3일 동안 100명이 넘는 환자를 수술해야 한다는데,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타슈켄트에서 귀빈 대접을 받은 것과 페르가나 병원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보내준 박수와 환호의 기억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나 하나 때문에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또 우리를 기다렸던 분들의 기다림을 헛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니 속이 더 타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수술을 예약한 환자는 총 43명. 전날의 5배가 넘는 인원이 수술을 받기에 바짝 긴장했습니다. 2개의 수술방에 한 명씩 환자분들이 들어갔습니다. 전화가 잘 안 터지는 현지 여건 상, 무전기로 수술실과 외래진료실간의 숨가쁜 교신이 오가며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점심도 2교대로 먹으며 쉴 틈 없이 수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만큼 제 손도 바빠졌습니다. 다행히 오후쯤 되자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혼자서 2개의 수술방에서 나오는 수술 도구들을 제때 소독할 수 있었습니다. (후일 우리는 ‘소독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독실은 수술실과 회복실 사이에 있어서 산동실 및 외래진료 책임자분들, 그리고 수술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환자분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회복실에서는 우즈벡 면방법인에서 자원봉사로 나온 현지 직원들이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수술 전 환자분들을 안내했고, 수술 후에는 복용해야 할 약을 먹는 법과 수술 후 주의 사항을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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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기간 동안 수술기구를 소독하는 역할을 맡았고 ‘소독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환자분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들어보니, 수술을 받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도 꽤 많다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참고 견디며 우리만 오길 기다린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그분들이 당면한 현실을 들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현지에 백내장 수술을 제대로 하는 곳도 없거니와, 빈부격차도 심해 수술비용이 그분들의 한달 소득을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찾아오길 간절히 기다리며, 먼 곳에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런 사정을 듣고 나니, 소독만 하는 저에게도 연신 우즈베크어(Rahmat, 라흐맛) 또는 러시아어(Спасибо, 스파시바)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수술실을 나서는 그 모습이 더 뭉클하게 느껴졌습니다. 집에 가는 길을 뒤로하고 고맙다며 나에게 쌈짓돈을 내밀던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 손에 제 간식과 감사하다는 말로 다시 돌려 드렸는데,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3일 동안 수술실에서 수술(백내장, 익상편)을 완료 한 분만 모두 133명. 당초 수술목표 100명을 훨씬 넘기며 우리를 기다렸던 분들에게 잃어버린 세상의 빛을 다시 찾아 드렸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정이 지날수록 긴장감과 피로는 무엇인지 모를 뿌듯함과 기쁨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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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간 함께 동고동락한 회사 우즈벡 면방법인 직원들과 함께

안타깝게도 모든 분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쓰였던 환자 한 분이 있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수술하신 할머니였습니다. 같이 사는 가족들도 없어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찾아오신 분이었는데, 오른쪽 눈의 백내장이 너무 심해져 수정체가 검게 변했고, 주변의 시신경까지 손상을 주어, 수술 후에도 앞을 볼 수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선생님께서 옆에 통역하는 직원을 두고 차분히 설명해 주셨는데, 그것을 듣고 있는 환자분의 깊은 한숨과 고인 눈물을 보니 제 마음도 함께 저며 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나머지 왼쪽 눈의 백내장은 그래도 덜 심하니, 내년에 꼭 수술해드리겠다며 할머니를 위로하셨습니다. 옆에 있던 저도 하루 빨리 그 약속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그리고 가슴 한 켠에는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도 안질환 환자를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반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이렇게 심각한 상태의 환자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도에는 사업적 기업 형태로 백내장을 치료하는 병원도 있다고 하는데, 우즈벡에서도 그런 방법을 적용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지막 4일차는 전날 수술하신 분과 아직 진료받지 못한 환자분들을 오전 동안 진료하고 마무리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가운데, 100명 남짓한 환자들을 안내하고 순서에 맞춰 입장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외래를 맡으신 분들의 노고를 잠시나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외래에서 1,181명이나 진료했다고 하니, 정말 고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수술은 백내장, 익상편 그리고 후발성백내장을 포함해 174건이 진행됐으며, 안경 200개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수술은 외래에서 한 레이저 시술도 포함되는데, 이를 합치면 수술 건수가 아이캠프의 역대급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눈부신 성과는 2개의 수술방에서 쉬지 않고, 수술하신 12명의 의료진이 이루어 낸 것이지만 거기에 나름 보조를 잘 맞추었다 생각하니 뿌듯했습니다.

아이캠프는 평소 접해 볼 수 없는 의료봉사로, 혜택을 받은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볼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주말 내내 기절하듯 잠만 잤을 만큼 몸은 고됐지만, 제 마음은 무엇인지 모를 충만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목말라 있거나, 일상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자신 있게 아이캠프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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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원석 봉사자
편집. 비전케어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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